6월 민주항쟁 36주년 기념 “6.10 비상시국대회” 대회사
김상근
시민 여러분, 그리고 4대 종단 신도 여러분과 성직자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6월 민주항쟁 36년 만에 ‘비상시국대회’를 개최합니다. 참담하고 비통합니다.
왜 참담하고 비통하냐고요? 이 정부가 한반도의 평화를 거덜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종전선언이 거의 합의에 이르렀었습니다. 평화협정을 맺자는 데까지도 갔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그걸 ‘가짜 평화’라고 깨 버렸습니다. 단 1년 만에.
흔들리는 평화를 최선을 다해 다시 일으켜 세웠어야지요. 그런데 이럽니다. 전쟁하자고? 그래 하자! 한판 붙자고? 그래 한판 붙자! 우리에게는 미국이 있다. 일본이 있다. 미국 핵, 끌어드리는 것이 대숩니까? 일본 무력, 뒷배 삼는 것이 대숩니까? 삑삑 비상경보로 새벽잠 깨는 것이 대숩니까? 이것, 민주주의 파괴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시대적 과제가 뭡니까?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신냉전체제의 첨병이 되는 것입니까? 아니지요. 지구 위 유일하게 남은 한반도 냉전체제를 허무는 것입니다. 그리해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세우는 것입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여러분 함께 외칩시다. 전쟁, 반대한다! 반대한다! 반대한다!
왜 참담하고 비통하냐고요? 이 정부가 정치를 거덜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정치가 민주주의의 요체입니다. 소통, 타협, 협상이 정칩니다. 여러분, 국회에 소통이 있습니까? 타협이 있습니까? 협상이 있습니까?
왜 이렇게 된 것입니까? 절대 권력자 정치인 대통령이 정치를 안 합니다. 그러니 여당 국회의원이 소통하고 협상하고 타협할 수 있겠습니까? 법은 협상 없이 가결됩니다. 대통령은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심사숙고하는 척도 안 합니다. 즉각 거부권을 행사합니다. 윤석열 집권 단 1년 만에 이 나라에 정치가 없어졌습니다. 이것, 민주주의 파괴입니다.
여러분 함께 외칩시다. 정치하라! 정치하라! 정치하라!
왜 참담하고 비통하냐고요? 이 정부가 정치적 독립 기구를 자기 편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를 받히는 기둥이 있습니다. 감사원, 선거관리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입니다. 정치적 독립체고 합의제 기구이기에 기관장 임기가 있습니다. 임기가 아직 남았는데 나가라 해요. 내 임기 아직 남았다 합니다. 감사원을 동원하고 경찰, 검찰 시켜 위원장들을 뒤지고 쪼이고 먼지떨이를 합니다. 이래도 안 나갈래? 하는 거지요. 낯 뜨거운 짓입니다. 이것, 민주주의 파괴입니다.
우리 함께 외칩시다. 사퇴 몰이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왜 참담하고 비통하냐고요? 이 정부가 언론 자유를 훼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중 핵심입니다. MBC 어느 기자를 특정하여 대통령 전용기에 타지 말라 합니다. MBC를 압수수색 합니다. 이것, 민주주의 파괴입니다.
KBS 수신료를 통합고지서에서 분리 징수하는 법을 강구하라 합니다. 누가? 대통령이요. 왜? KBS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것입니까? 아니지요. 국민이 불편해 한다고요? 여러분, 불편합니까? 아니지요. 수신료를 볼모로 KBS를 길들이겠다는 것 아닙니까. 내 말이 맞습니까? 치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것, 민주주의 파괴입니다.
우리 함께 외칩시다. 언론탄압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왜 참담하고 비통하냐고요? 이 정부가 국민을 갈라치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다름이 공존하는 것입니다. 생각과 정책이 다른 이들이 공존하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한쪽 구석으로 몰아붙입니다. 야당과 대화하지 않습니다. 자기 당에서조차 다른 목소리는 가차 없이 잘라냅니다. 당 대표도 잘라냅니다. 대통령 후보가 될만한 중진 역시 투명 인간으로 만듭니다. 노동자를 갈라칩니다. 노총은 폭력 집단으로 몰고 MZ노동자는 부추깁니다. 시민단체를 부패집단으로 매도, 우리 사회에서 몰아내고 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칩니다. 여자를 남자에게서 갈라칩니다. 장애인을 비장애인에게서 내몹니다. 이 정부는 다름의 공존을 깨부수었습니다. 단 1년 만에. 민주주의 파괴입니다.
여러분, 외칩시다. 갈라치기 중단하라! 중단하라! 중단하라!
여러분, 오늘이 1987년 6월 10일, 그 뜨거웠던 민주항쟁에 정점을 찍었던 날입니다.
국가기념일이 되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해 왔습니다. 저는 매년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올해도 초청장을 받았습니다. 참석해 달라는 민주화기념사업회가 보낸 문자도 전화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왜? 윤석열 정부는 6.10민주항쟁 기념식을 주최할 자격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윤석열 정부, 6.10민주항쟁기념식, 주최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단 1년 만에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거덜 낸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민주항쟁 기념식을 주최합니까?
윤석열 정부, 민주항쟁 기념식을 주관할 자격을 갖추려면 민주주의로 돌아와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떤 민주주의인지 아십니까? 수많은 땀, 수많은 눈물, 수많은 피, 수많은 장애자, 수많은 죽음, 이 수많은 희생 위에, 그렇습니다, 이 수많은 희생 위에 이뤄진 민주주의입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 1919년 3.1독립만세, 1960년 4.19학생혁명, 1980년 광주민주항쟁, 그리고 드디어 1987년 6월민주항쟁으로 쟁취한 민주주의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옷깃을 여미십시오. 숙연 하십시오. 성찰하십시오.
강제 해산, 물대포, 캡사이신, 백골단, 이런 것 기웃거리지 마십시오. 용산참사, 기억하십시오. 물대포 희생자 백남기 죽음, 기억하십시오. 토끼몰이 당한 강경대 죽음, 기억하십시오.
시민 여러분, 그리고 교무님과 신도 여러분, 스님과 신도 여러분, 신부님과 신도 여러분, 목사님과 신도 여러분!
나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됩시다! 너 혼자가 아니게 합시다. 내가 함께하면 ‘우리’가 됩니다. 4.19 때 나는 ‘우리’였습니다. 5.18 때 너는 ‘우리’였습니다. 6.10 때 나는 ‘우리’였습니다. 여러분, 너와 내가, 나와 네가 ‘우리’ 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 다시 일으켜 세웁시다. 여러분, 너와 내가, 나와 네가, ‘우리’가 되면 기어코 승리합니다.
다 같이 외칩시다. 민주주의,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 기어코 승리한다!
요한복음 1장 5절 말씀을 드립니다.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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